나홀로 산행 위험…철저한 사전 준비 필요

겨울산이 부른다. 어느새 하얀 옷으로 갈아입은 한라산이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한다.
코끝이 찡해질 정도로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오르는 겨울 한라산은 또다른 감흥을 던져준다.
사방이 은색으로 뒤덮인 산길을 걷다보면 피곤함보다는 상쾌함이 먼저 떠오른다.

일요일인 지난 14일 한라산에서 만난 등산객들은 이 같은 겨울산행의 매력에 흠뻑 빠진 사람들이었다.
주말마다 남편과 함께 산행에 나선다는 강민정씨(40.제주시 일도2동)는 “겨울 등산의 백미는 눈꽃을 구경하며 마음껏 눈위를 걷는 것”이라며 “눈 속에 파묻혀 걷노라면 직장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싹 가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상에 올랐을 때 느끼는 성취감과 산행으로 다져지는 부부애는 또다른 겨울산행의 덤”이라고 덧붙였다.

▲겨울산행은 겸손한 마음으로=어머니 품처럼 푸근한 산세이지만 조난사고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곳이 겨울 한라산이다.
겨울 한라산의 매력을 즐기려면 철저한 준비가 최우선이다.

겨울산을 혼자 오르는 것은 금물. 사람들이 많이 찾는 코스를 택해 3명 이상 오르는 것이 좋다.
겨울산은 날씨 변덕이 심하다. 따뜻한 햇살이 비추다가도 어느새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때문에 일기예보를 듣고 준비를 해야 한다. 산을 오르다 갑자기 날씨가 나빠지면 곧바로 하산하는 것이 상책이다.
겨울산 앞에서는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 한라산을 잘 아는 사람들의 충고다.

▲여벌의 장갑.양말 챙겨야=겨울산에서 추위와 싸우다 보면 체력소모가 크고 근육이나 관절이 뻣뻣해져 부상의 위험이 적지 않다.
겨울산행에 적합한 등산장비와 의복을 선택해야 한다.

등산 재킷은 고어텍스나 윈드스토퍼 등 땀을 잘 배출하고 방수기능이 뛰어난 소재로 만든 것을 고른다.
등산용 바지는 활동성을 고려해 신축성이 좋은 스판텍스바지가 좋다.

젖으면 쉽게 얼어버리는 청바지나 코르덴바지는 입지 않는다. 면으로 된 내의는 땀을 잘 흡수하지만 쉽게 마르지 않는 단점이 있다. 등산 전용 내의를 입는다.

등산화는 바닥이 딱딱하고 발목이 높은 겹가죽 등산화가 좋다. 평소 신는 신발 사이즈보다 5㎜ 정도 큰 것으로 넉넉하게 고른다.
등산화 발목 부분으로 눈가루가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스패츠(행전)와 스틱, 4발 내지 6발짜리 아이젠도 갖춰야 한다.

장갑과 양말은 젖었을 때 바꿀 수 있도록 여벌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양말은 아크릴, 울, 폴리에스테르 등을 합성한 것이 좋다. 두 켤레를 겹쳐 신는다.

모자는 반드시 귀를 덮을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의 체온은 상당 부분 머리에서 빠져나간다.
칼로리가 높은 초콜릿, 건포도, 곶감, 사탕 등의 비상식량도 준비하면 좋다.

▲저체온증 조심=겨울산행에서 최대의 적은 저체온증. 몸이 떨리고 맥박과 호흡이 떨어지며 손과 발이 차가워지는 증상을 보인다.
근육 경직과 탈수 현상을 보이다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옷이나 장갑이 젖지 않도록 해야 한다.
1시간 산행에 10분 정도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쉴 때도 겉옷을 입고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산행을 할 때 자신의 체력을 과대평가하지 않아야 하고 산행 전후에 충분히 몸을 풀어야 한다.
스트레칭은 반드시 하는 게 좋다. 심장과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한라산 등반코스=한라산 등반코스는 어리목(7.5㎞), 영실(8.8㎞), 성판악(9.6㎞), 관음사(9.3㎞) 등 4개 코스가 있다.
비교적 거리가 짧은 영실, 어리목 코스가 애용되지만 겨울철에는 정상 등반이 가능한 성판악코스도 많이 찾는 코스다.

출처 : 제주일보 김수범 kimsb@jejunews.com